스물 여덟의 여름 밤, 5월 12일 비망록



여름 바람이 솔솔 불어들어온다. 

어제 그토록 많이 울고 아파하던 꼬마는 오늘은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두부가 되어있다. 한 잔 거나하게 들이키고 실컷 나에게 어리광을 피우더니 오늘은 바닥에서 자고싶다 한다. 꼬마도 나도 어릴적 부터 온돌바닥에서 요 펴놓고 자던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오랜만에 바닥에 매트 깔고 누우니 편안하고 시원하다. 안그래도 나도 요즘 침대 위에 뒹굴대는 것이 찌뿌둥하고 뭔가 참 그렇던 참이었는데, 좋다. 

오늘 갑자기 많이 더워져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알뜰살뜰 요즘들어 살림 챙기는 꼬마가 얼른 끄고서는 창문을 연다. 전기세가 얼만데 이걸 켜놓고 자, 여긴 한국처럼 끈적끈적 하질 않어서 바람 불면 시원해. (헤롱헤롱) 하고 픽 쓰러져서 '좋다~' 하고는 잠들었다. 그 옆에 나도 누워 열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별을 보았다. 빛나는 것이 너무 반짝여,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빛나고 예쁘다. 꼭 우리 집에 누워있는 것 같다. 내 방에서도 여름 밤에 창문을 열어두고 밤에 누워있으면 그 창문 너머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별이 보이곤 했다. 

아주 어릴 적 부터 입던 아주 얇은 파자마를 입고, 찬물로 샤워하고 온 엄마와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고있으면 엄마한테서 차가운 물 기운이 느껴져서 시원하고 좋았다. 엄마가 앞에서 얇은 원피스를 입고 화장품을 바르고 물을 마시고, 쭈니는 더워서 바닥에 누워 헥헥거리다 잠들고. 그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날들이, 그 밤하늘을 바라다 보고 있으니 눈앞을 스쳐가 가슴이 애린다. 

이 짙은 남색의 밤하늘이 외국처럼 낯설다가도 어느샌가 점점 한국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아진다. 어딜 지나가면 그렇게 외국같던 곳이 요즘들어 한국처럼 보인다. 적응하는 것인지, 적응하지 못하고 그리움에 사는 것인지, 가슴 한 켠은 언제나 뻥 하고 뚫려있다. 

조바심이 자꾸만 난다. 하루하루 그저 나이를 먹던 엄마는 하루하루 늙어가게 되었다. 보고싶다. 엄마도, 할머니도. 그리고 보이지 않아도 늘 곁에 있을 아빠와 할아버지, 쭈니도.